상대를 곤경에 빠뜨리기 가장 쉬운 방법 알고 있다. 만나자마자 “비건입니다.”라고 말하는 것이다. 상대의 얼굴에 작은 폭탄이 터지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. 비건이 뭔지 모른다고? 이때 “모르면 검색창에 쳐보시죠.” 같은 말을 했다가는 풀떼기만 먹어서 신경질적이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으니 유난히 상냥하게 말해야 한다. “고기, 해산물, 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 일체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입니다.”
희귀종을 발견한 것처럼 눈을 부릅뜨며 묻기도 한다. “그럼 대체 뭘 먹어요?” 편의점에서 사온 컵라면과 삼각김밥을 잔뜩 안고서 말한다. “풀만 먹으면 단백질이나 철분 섭취가 굉장히 부족해진다던데.” 질병관리본부야 뭐야.
“한국은 비건 하기에 참 힘든 환경이다. 안타까운 일이다. 본래 한식은 세계 그 어느 나라 음식보다도 비건 친화적인 우수한 음식인데, 최근 몇십년간 심각하게 변질되었다. 사회적으로도, 성숙한 개인주의가 발달되어 있지 않고 획일적인 조직 문화 때문에 쉽지 않다. 이 모든 것은 아직 비건이 너무 소수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려움이다. 수요가 많아지면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. 어쨌든 주어진 현재 상황은 이상과 거리가 멀기에, 약간의 타협을 하면서 전진하는 수밖에 없다. 인적인 2018년 현재 내 개인적인 (음식에 관한) 비거니즘은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. "최소한 얼굴 있는 것은 먹지 않는다." 그래서 미안한 얘기지만 조개류에 대해서는 약간의 예외를 두고 있다. 적극적으로 찾아 먹지는 않지만, 정 옵션이 없는 경우에 좀 섞여 있으면 먹는 정도로 말이다.
형형색색의 응원봉과 개성넘치는 메시지가 적힌 깃발아래 다양한 의제 역시 쏟아지고 있지만, 기후위기와 동물권 의제가 광장에서 드물게 나와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. 혐오 표현 없이도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 역시 다양하기 때문이지요. 그런 의미에서 집회 현장에서 들리는 혐오 표현을 계수하여 정리했습니다.